인간은 동물이나 식물과 다른 인간 고유의 생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자유, 평등, 박애, 평화, 행복 등 공통적인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 고유의 생활 모습과 이상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전세계 인류의 공통점으로서, 이를 세계사적 보편성이라고 한다.

한편, 인간은 자신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지역의 자연 환경에 따라 고유한 언어, 풍속, 종교, 예술, 그리고 사회 제도 등을 다양하게 창출하게 되는데, 이를 그 민족의 특수성이라 한다. 교통과 통신이 아직 발달하지 못하였던 근대 이전 시대에는 민족적, 지역적 특수성이 매우 두드러졌다. 이에 세계를 몇 개의 문화권으로 나누어 그 특수성을 이해하기도 하고, 하나의 문화권 안에서도 다시 민족 문화나 지방 문화의 특수성을 추출하기도 한다.

모든 민족의 역사에는 이러한 보편성과 특수성이 함께 존재한다. 따라서, 역사를 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은 세계사적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을 균형 있게 파악함을 의미한다.

우리 민족은 외부 세계와 접촉이 빈번하였던 만주와 한반도에 자리잡고 역사적 삶을 영위해 왔다. 그 후, 활동 무대가 한반도로 좁아지기는 하였지만, 국토의 자연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민족과 국가들과 문물을 교류하면서 내재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민족은 세계의 모든 민족이 그랬던 것처럼 자유와 평등, 민주와 평화 등 전 인류의 공통된 가치를 추구해 왔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우리 역사의 보편성을 찾을 수 있다.

한편, 우리 민족은 반만 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 부모에 대한 효도가 중시되고 두레, 계, 향도와 같은 공동체 조직이 발달하는 등 우리 민족의 특수성이 나타났다.

한국사의 이해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삶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깨우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역사와 문화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는 한국사를 바르게 인식하는 데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민족적 자존심을 잃지 않고 세계 문화에 공헌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우리 조상들은 유구한 역사를 거치면서 슬기를 발휘하고 노력을 기울여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우리 문화는 다른 어느 민족의 그것과도 구별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 온 문화이다.

선사 시대에는 아시아의 북방 문화와 연계되는 문화를 이룩하였고, 그 후 중국 문화와 깊은 연관을 맺으면서 독자적인 고대 문화를 발전시켰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를 정신적 이념으로 채택하였으며, 조선 시대에는 유교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문화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불교와 유교는 외래 사상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 아니라, 이를 한국화하고 토착화시킴으로써 한국 사상으로서의 개성을 확립하였다. 즉, 우리 조상들은 불교와 유교를 소화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 튼튼한 전통 문화의 기반 위에서 선진적 외래 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민족 문화 발전의 열쇠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민족 문화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안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민족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민족 문화를 보존함과 아울러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흔히 현대를 세계화 시대라고 한다. 이는 정보 통신 기술과 교통의 발달로 점점 세계는 긴밀해지고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세계화 시대의 역사 의식은 안으로 민족 주체성을 견지하되, 밖으로는 외부 세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개방적 민족주의에 기초해야 한다. 내 것만이 최고라는 배타적 민족주의도, 내 것을 버리고 무조건 외래의 문화만 추종하는 것도 모두 세계화 시대에는 버려야 할 닫힌 사고이다.

아울러 세계화 시대의 시대적 요청은 인류 사회의 평화와 복리 증진 등 인류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진취적 역사 정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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